칼럼 다층 빌드업

하얗기만 한 라미네이트는 왜 부자연스러워 보일까 - 빌드업 라미네이트 이야기

글 · 박종욱 원장 (치과보존과 전문의) 발행

안녕하세요. 드림치과 원장 박종욱입니다.

지난 글에서 대량생산되는 라미네이트가 왜 많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해볼까 합니다. 하얗기만 한 라미네이트는 왜 부자연스러워 보이는가. 그리고 자연스러운 라미네이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연치아는 하얀 판이 아닙니다

거울을 보고 본인의 앞니를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치아가 그냥 하얀색 한 가지로 되어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잇몸 쪽은 노란 기운이 돌고 치아 끝으로 갈수록 맑고 투명해집니다. 치아 끝부분에는 유리처럼 투명한 띠가 있고 그 투명한 띠 안쪽으로는 손가락 모양으로 뻗어 내려오는 구조가 비쳐 보입니다. 마멜론(mamelon)이라고 부르는 구조죠. 젊은 치아일수록 선명하게 보입니다. 표면도 매끈한 유리판이 아닙니다. 세로로 완만한 굴곡이 있고 미세한 잔주름 같은 결이 있어서 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반사됩니다.

사진1. 자연치아의 표현이 잘 강조된 라미네이트
사진1. 자연치아의 표현이 잘 강조된 라미네이트

형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니 두 개가 있고 그 옆에 측절치가 있고 그 옆에 송곳니가 있는데 이 치아들은 각각 고유의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중절치는 중절치답게 생겼고 측절치는 측절치답게 생겼습니다. 같은 중절치라도 왼쪽과 오른쪽이 완벽한 대칭이 아니고 미세하게 다릅니다. 치아의 모서리가 살아 있는 각진 형태도 있고 둥글둥글한 형태도 있죠. 이 미묘한 차이들이 모여서 그 사람만의 미소가 됩니다.

이런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이 치아형태학입니다. 치과대학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과목 중 하나죠. 우리는 이런 구조들을 하나하나 의식하면서 다른 사람의 치아를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구조가 빠져 있으면 바로 알아챕니다. 뭔가 어색하다. 뭔가 가짜 같다. 이유는 설명하지 못해도 느낌은 정확합니다. 사람의 눈은 평생 봐온 자연치아의 형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덩어리를 깎아낸 라미네이트

요즘 유행하는 하얗기만 한 라미네이트는 대부분 모놀리틱(monolithic)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모놀리틱은 "한 덩어리"라는 뜻입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한 가지 색, 한 가지 투명도의 세라믹 블록을 기계가 치아 모양으로 깎아내는 방식이죠. 블록 자체가 균일하니 완성된 라미네이트도 어디를 봐도 같은 색, 같은 투명도입니다. 잇몸 쪽에서 치아 끝으로 이어지는 색의 변화도 없고 투명한 띠도 없고 마멜론도 없습니다. 겉모양만 치아인 하얀 판이 되는 거죠. 그래서 탁하고 답답해 보입니다.

사진 2. 모놀리틱 방식의 라미네이트. 색과 투명도가 균일해 탁해 보임
사진 2. 모놀리틱 방식의 라미네이트. 색과 투명도가 균일해 탁해 보임

기계가 깎으니 빠릅니다. 균일하니 대량생산에 잘 맞습니다. 하루 만에도 가능하죠. 다만 자연치아가 가진 그 수많은 표현들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자연치아처럼 보이려면 자연치아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자연치아는 층 구조입니다. 속에는 노란 기운의 상아질이 있고 그 위를 반투명한 법랑질이 덮고 있습니다. 이 층 구조 때문에 빛이 치아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자연치아 특유의 깊이감과 투명감이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라미네이트는 빌드업(build-up) 방식으로 만듭니다. 한 덩어리를 깎는 것이 아니라 성질이 다른 여러 세라믹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속에는 상아질을 재현하는 세라믹, 겉에는 법랑질처럼 반투명한 세라믹, 치아 끝에는 투명감을 주는 세라믹. 마멜론도 이 과정에서 하나하나 만들어 넣습니다. 세라믹 가루를 개어서 가는 붓으로 한 층 쌓고

가마에 굽고, 식으면 또 한 층 쌓고 또 굽습니다. 이 과정은 기계가 하지 못합니다. 숙련된 사람의 손으로만 가능합니다.

사진 3. 여러 세라믹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빌드업 과정
사진 3. 여러 세라믹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빌드업 과정

빌드업은 쌓는 기술 이전에 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환자분의 남아 있는 자연치아를 관찰하는 거죠. 옆 치아의 색은 어떤지, 투명한 띠는 어디서 시작되는지, 표면의 결은 어떤 방향인지. 이것을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겨서 세라믹으로 하나하나 재현해 갑니다. 그래야 라미네이트를 한 치아와 안 한 치아가 한 입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공장에서 나온 블록에는 이런 관찰이 들어갈 자리가 처음부터 없습니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프린터로 한 번에 뽑아낸 그림과 화가가 물감을 여러 번 겹쳐 칠한 유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가까이서 보면 깊이가 다릅니다. 치아는 대화할 때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이는 부분이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단점이 아닙니다

빌드업 라미네이트는 쌓고 굽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기 때문에 제작에 며칠이 걸립니다. 한 번 구울 때마다 가마에서 굽고 식히는 시간이 필요하고, 구워져 나온 색을 확인하고 다음 층을 어떻게 쌓을지 판단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 쌓은 후에도 표면의 결을 만들고 광택을 조절하는 마무리 작업이 남아 있죠. 당연히 원데이로는 불가능합니다. 빠른 것이 미덕인 시대에 며칠씩 걸린다고 하면 단점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시죠. 평생 내 얼굴 한가운데에서 보여질 치아입니다. 그 치아의 표현을 위해서 며칠을 기다리는 것이 과연 손해일까요?

시간은 표현의 대가입니다. 빨리 만들어지는 라미네이트는 빨리 만들 수 있는 만큼만 표현됩니다.

마무리하며

라미네이트 상담을 받으실 때 이름이나 광고 문구보다 이것을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라미네이트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나요? 한 덩어리를 깎아서 만드나요, 여러 세라믹을 쌓아서 만드나요?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만들어지는 방식이 결과를 결정합니다. 자연치아의 형태가 재현되지 않은 라미네이트는 아무리 하얗고 가지런해도 자연스러워 보일 수 없습니다.

20년 넘게 라미네이트 치료를 해오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 좋은 라미네이트를 만드는 것은 재료의 이름도 치과의 크기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라미네이트에 들어간 관찰과 시간과 사람의 손길이 결과를 만듭니다.

이 글은 강남 드림치과 박종욱 원장이 진료실에서 직접 작성한 임상 기록이며, 원문은 원장 블로그에 게시된 글입니다. 본문에 실린 사진은 원장이 시술한 실제 증례입니다. 치료 결과는 개인의 구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모든 시술에는 개인차와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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