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시술

번쩍이기만 하는 라미네이트는 왜 티가 날까 - 표면 질감과 광택 이야기

글 · 박종욱 원장 (치과보존과 전문의) 발행

안녕하세요. 드림치과 원장 박종욱입니다.

지난 글에서 대량생산되는 라미네이트가 왜 부자연스러워 보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연치아는 하얀 판이 아니라 잇몸 쪽과 치아 끝의 색이 다르고, 속에는 층 구조가 있어서 특유의 깊이감과 투명감이 나온다는 이야기였죠. 색과 층과 형태까지 이야기했으니 이제 다 끝난 것 같은데, 사실 하나가 더 남아 있습니다. 색과 형태를 아무리 잘 맞춰도 마지막 순간에 티가 나게 만드는 것. 오늘은 그 마지막 조각인 표면의 질감과 광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라미네이트가 티 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색 이야기를 하십니다. 너무 하얘서 티가 난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색을 잘 맞췄는데도 어딘가 어색한 라미네이트들이 있습니다. 뭐라고 꼬집어 말은 못 하겠는데 뭔가 가짜 같은 느낌. 그 느낌의 정체가 대부분 표면입니다.

진료실에서 다른 곳에서 하신 라미네이트를 다시 하고 싶다고 오시는 분들을 종종 뵙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색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시는데, 막상 살펴보면 색보다 표면이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어색하다는 것은 알고 계신 거죠. 오늘 글을 읽고 나면 그 어색함의 이유가 보이실 겁니다.

치아 표면은 유리처럼 매끈하지 않습니다

거울을 가까이 대고 본인의 앞니를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색이 아니라 표면입니다.

자연치아의 표면에는 세로로 완만한 굴곡이 있습니다. 앞니 하나를 자세히 보면 세로로 봉우리 세 개가 완만하게 이어져 있는데, 치아가 만들어질 때 덩어리들이 합쳐지면서 남은 흔적입니다. 그리고 그 위로 가로 방향의 아주 미세한 잔결이 지나가죠. 페리키마타라고 부르는 성장선인데, 법랑질이 층층이 쌓이면서 남은 나무의 나이테 같은 것입니다.

이 결은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10대, 20대의 치아는 결이 선명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씹고, 닦고, 음식이 스치는 사이에 조금씩 닳아서 40대, 50대가 되면 표면이 부드러워지죠. 표면만 잘 관찰해도 그 치아의 나이가 대략 보입니다. 피부에 나이가 있듯이 치아 표면에도 나이가 있는 겁니다.

자연치아의 다양한 치아 표현. 단색도 아니고 완전히 매끄럽기만 한것도 아님. 이중 두개만 라미네이트
자연치아의 다양한 치아 표현. 단색도 아니고 완전히 매끄럽기만 한것도 아님. 이중 두개만 라미네이트

재미있는 것은, 라미네이트 상담을 오시는 분들 중에 본인 치아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다는 분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매일 닦으면서도 표면을 볼 일은 없는 거죠. 그런데 우리 눈은 평생 다른 사람들의 치아 표면을 봐왔기 때문에 이 결이 없는 치아를 보면 바로 낯설어합니다.

이런 결은 하나하나 눈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게 빠져 있으면 사람 눈은 바로 알아챕니다. 왜 그럴까요?

빛 때문입니다.

빛이 반사되는 모양이 다릅니다

매끈한 유리판에 빛을 비추면 한 점에서 강하게 번쩍입니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거죠. 반대로 미세한 결이 있는 표면에서는 빛이 잘게 쪼개져서 부드럽게 퍼집니다. 유리구슬과 진주를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유리구슬은 번쩍이고 진주는 은은하게 빛나죠. 둘 다 광택이 있지만 광택의 성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자연치아의 광택은 진주 쪽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라미네이트들은 대부분 표면을 유약(글레이즈)으로만 마감합니다. 기계가 세라믹 블록을 치아 모양으로 깎아내면 표면에 유약을 발라서 한 번에 구워내는 거죠. 도자기 그릇 만드는 과정과 똑같습니다. 빠르고 간단하고 누가 해도 결과가 비슷하게 나옵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대량생산 체계에 아주 잘 맞는 방식이죠.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표면이 유리처럼 균일하다는 겁니다. 형광등 아래에서 웃으면 라미네이트 여섯 개 위에 형광등이 여섯 개 그대로 비칩니다. 옆의 자연치아는 진주처럼 은은하게 빛나는데 라미네이트만 유리구슬처럼 번들번들 빛나는 거죠. 색을 아무리 잘 맞췄어도 이 순간 티가 납니다.

자연치아의 표면 질감을 살린 라미네이트
자연치아의 표면 질감을 살린 라미네이트
너무 반짝이이는 라미네이트
너무 반짝이이는 라미네이트

왜 이런 라미네이트가 많아질까요?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대량생산과 치과의 대형화 이야기와 정확히 이어집니다. 결을 새기고 광택을 맞추는 마무리는 사람 손이 가는 만큼 시간당 생산량을 떨어뜨립니다. 하루 만에 완성된다는 광고가 가능하려면 이런 과정들은 생략될 수밖에 없는 거죠.

사진 찍을 때 유독 티가 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매끈한 표면은 그 빛을 그대로 되돌려 보내니까요. 일상 조명에서는 그럭저럭 넘어가던 라미네이트가 증명사진이나 웨딩 사진에서만 하얗게 뜨는 경우가 그래서 생깁니다. 평생 남는 사진에서 치아만 조명처럼 빛나고 있다면 참 속상한 일이죠.

피부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게임 그래픽 속 사람의 피부가 어딘가 가짜같이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색이 틀려서가 아닙니다. 요즘 그래픽 기술은 피부색을 진짜와 구분이 안 될 만큼 잘 만들어냅니다. 그런데도 어딘가 인형 같은 느낌이 남죠. 모공과 잔결, 그러니까 질감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치아도 똑같습니다. 질감이 빠지면 아무리 색이 좋아도 인형 치아가 되는 거죠.

가죽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연 가죽에는 고유의 결이 있고 인조 가죽은 표면이 균일합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다르죠. 치아는 대화할 때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이는 부분입니다. 멀리서만 보이는 부분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럼 자연스러운 표면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1. 관찰이 먼저입니다

환자분의 남아 있는 자연치아를 먼저 봅니다. 결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광택은 어느 정도인지, 표면의 굴곡은 어떤 모양인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20대의 표면과 50대의 표면은 완전히 다릅니다. 50대 환자분에게 20대의 선명한 결을 새겨 넣으면 그것대로 어색하고, 20대 환자분에게 유리 같은 매끈한 표면을 만들어 드리면 인형처럼 보입니다. 라미네이트를 하지 않은 옆 치아들과 한 입안에서 어울려야 하니까요. 정답이 어디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환자분의 입안에 정답이 있는 겁니다.

2. 결을 하나하나 새깁니다

관찰한 결을 세라믹 표면에 가는 도구로 하나하나 새겨 넣습니다. 세로 굴곡을 만들고 그 위에 가로 결을 넣고, 옆 치아의 결 방향과 깊이를 맞춥니다. 이 작업은 기계가 하지 못합니다. 컴퓨터로 깎아낸 표면은 매끈하거나 일률적인 무늬가 반복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결을 보고 맞춰서 새기는 것은 숙련된 사람의 손으로만 가능하죠. 당연히 시간이 걸립니다. 하루에 수십 개를 만들어내야 하는 대량생산 체계에서는 처음부터 생략되는 과정입니다.

3. 광택은 옆 치아만큼만

마지막으로 연마를 하면서 광택의 수준을 옆 치아와 맞춥니다. 거친 단계에서 고운 단계로, 사포를 바꿔가며 나무를 다듬듯이 단계적으로 광을 올리는데, 어디서 멈추느냐가 기술입니다. 광택을 최대로 내는 것이 아니라 옆 치아만큼만 내는 것. 이게 핵심입니다. 광택은 내는 것이 아니라 맞추는 것이죠.

오해하지 마셔야 할 것이, 유약 마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유약을 바르더라도 그 전에 결을 새기고, 구워져 나온 후에 광택을 조절하는 과정을 거치면 되는 거죠. 문제는 그 과정을 통째로 생략하고 유약 한 번으로 끝내는 방식입니다. 결을 새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면 생략하고 싶은 유혹이 큰 것도 사실일 겁니다.

직접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간단한 방법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창가에서 손거울을 들고 고개를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 창의 반사광이 치아 위를 지나갈 때 자연치아에서는 빛의 띠가 부드럽게 퍼지면서 지나갑니다. 유약으로만 마감된 라미네이트에서는 창문 모양이 거울처럼 그대로 비치면서 지나가죠. 본인 치아로 먼저 연습해 보시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아실 겁니다.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플래시 사진에서 유독 하얗게 뜨면서 조명처럼 빛나는 치아가 있다면 표면이 유리처럼 마감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미네이트를 임시로 맞춰보는 가봉 날에도 같은 방법을 쓰시면 됩니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 옆의 자연치아와 번갈아 보시기 바랍니다. 광택이 옆 치아처럼 은은한지, 라미네이트만 혼자 번쩍이는지. 결이 보이는지, 유리판처럼 매끈하기만 한지. 이 차이는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눈으로 충분히 보입니다. 가봉은 최종 부착 전에 이런 것들을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날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꼭 말씀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질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 손으로 새긴 결이 시간이 지나면 닳아 없어지지 않느냐고요. 세라믹은 자연치아의 법랑질보다 마모에 강한 재료입니다. 일상적인 칫솔질이나 식사로 결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쪽을 걱정해야 하는데, 이갈이처럼 치아에 강한 힘이 가해지는 습관이 있는 경우죠. 이런 부분은 진단 단계에서 미리 확인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결이 있으면 착색이 더 잘 되지 않느냐는 질문도 가끔 받습니다. 페리키마타 수준의 미세한 결은 착색이 생길 정도의 거칠기가 아닙니다. 잘 연마된 세라믹 표면은 오히려 자연치아보다 착색에 강한 편입니다. 착색이 문제가 되는 부위는 표면이 아니라 치아와 라미네이트가 만나는 경계 부위인데, 이건 표면 질감이 아니라 정밀한 제작과 부착의 문제입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한번 다뤄야 할 것 같네요.

표면 이야기까지 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오늘 생각나는 부분은 이 정도여서 여기까지 하고 글을 줄일까 합니다.

앞니 두개만 라미네이트. 자연스러움이란 이런것.
앞니 두개만 라미네이트. 자연스러움이란 이런것.

좋은 라미네이트 치료를 위해서

번쩍이는 하얀 광택에 현혹되지 마시고

상담받으실 때 이렇게 한번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표면 질감과 광택은 어떻게 마무리하나요? 유약만 발라서 굽나요, 아니면 옆 치아의 결을 보고 새겨 넣나요?"

멀리서 볼 때의 자연스러움은 색이 결정하지만 마주 보고 대화할 때의 자연스러움은 표면이 결정합니다. 20년 넘게 라미네이트 치료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 결국 큰 것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색, 투명감, 형태, 그리고 표면의 결까지 이런 작은 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작은 것들을 챙기려면 결국 시간과 손길이 필요합니다. 빨리, 많이 만들어지는 라미네이트에서 이런 작은 것들이 빠져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강남 드림치과 박종욱 원장이 진료실에서 직접 작성한 임상 기록이며, 원문은 원장 블로그에 게시된 글입니다. 본문에 실린 사진은 원장이 시술한 실제 증례입니다. 치료 결과는 개인의 구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모든 시술에는 개인차와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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